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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요시카게X쿠죠 우미에

죠죠의 기묘한 모험_해바라기형 남자의 15년 끈적끈적

 

 

내가 당신에게 보낸 사랑이 담긴 시. 
당신에게는 닿고 있습니까? 

 

만약 닿고 있다면 부탁해요. 

 

답장을 해줘요. 

 


책상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종잇조각들은 제각기 다른 무늬를 띄고 있었다. 물방울무늬의 것이나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 단순하게 노란색으로 처리되어있는 것 등. 서로 다른 무늬의 것들이 이렇게 무질서하게 방치되어있는 모습은 빈말이라도 깔끔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째깍째깍 시계의 소리만이 들리던 방안에 부스럭하는 소리에 이어 곧바로 신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곳에는 한 여자가 부스스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방금 일어나서인지 볼에 종이를 붙이고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은 그 몰골은 초췌하고 멍해 보였다. 마치 오랜 기간의 야근으로 지친 회사원의 모습과 흡사했다. 

 

여자는 쩝.. 하고 중얼거리고 한참을 끔뻑거리더니 한 번 크게 기지개를 켰다. 

 

"몇 시야.." 

 

느릿느릿 자신의 볼에 붙어있는 종이를 떼어내고는 손을 뻗어 탁상시계를 집어 눈앞으로 끌고 온 여자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가를 비비적거리더니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런 시간이야..?!" 

 

당황하며 의자에서 일어난 여자는 서둘러 방에서 빠져나갔다. 노트와 간략한 필기구를 가지고서는. 

자아, 오늘은 너를 무엇으로 빗대어 볼까. 

 


[1999년 9월 XX일] 
시를 쓰기를 결정했던 그날. 나는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도 그다지 쓴 적이 없었던 시를, 이렇게 갑자기 쓴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썼는지.. 학창시절에는 눈여겨보지도 않았던 작문 수업이 너무나도 그립고 절실했다. 어른들 말이 맞긴 하나보다 배워서 손해 보는 거 하나도 없다고.. 

 

"지금까지 몇 개나 쓴 걸까." 

 

밤새도록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던 탓에 살짝 몽롱한 머리로 숫자를 헤아려본 뒤 약간 느린 손놀림으로 우표를 핥고서는 정성스럽게 편지봉투에 눌러 붙였다. 주소부터 이름까지 아끼는 만년필로 쓱쓱 써 내려간 내 글씨를 한번 쓱 훑어본 후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지를 품속에 꼬옥 품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그 사람의 집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평소대로 작은 희망을 덧붙이고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어둡고 그가 좋아하는 정적에 휩싸인 밤이 창공이라는 캔버스를 하늘색으로 바꾸려 밝은 빛을 비추는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선을 탁상시계로 기울이면 이미 시계는 5시가 넘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내일이 일이 없는 주말임을 신에게 게 감사하며 책상에서 일어나 침대로 쓰러졌다. 

 

[2000년 8월 XX일] 
시를 쓰기 시작한 지 이제.. 좀 있으면 2년이 된다.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매일 잊지 않고 써온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껴졌다. 1년째와 다름없이 무모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신에게 속으로 칭찬의 말을 돌리며 글을 쓰던 나는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아끈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견고한 팔, 보랏빛의 피부.. 그 팔을 따라 점점 위를 바라보았을 땐 아니나 다를까, 최강의 스탠드 스타 플래티나가 나를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 있어요? 오빠가 부른 거예요?" 

 

그렇게 물어보자 스타 플래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쪽 팔로 나를 업어버렸다. 급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하지도, 반응도 못 한 체 나는 쓰던 편지를 두고 끌려나갔다. 

 

도착지는 주방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주방.. 아니, 수라장이었다. 살포시 마루에 내려준 스타 플래티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시 한 번 사건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물이 끓어 넘친 냄비, 그 아래 흘러내린 물이 열에 의해 증발하면서 치지 직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론 바닥도 물바다였다. 

 

"세상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작게 중얼거리자 내 정수리에 누군가가 꿀밤을 딱.. 이 아니라 퍽 하고 내리꽂았다. 눈물이 핑 돌고 지금까지 해온 일을 되돌아보게 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빠의 시선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는 화가 나 있었다. 평소보다 날카로운 눈빛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눈을 굴리고 있으면 오빠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미에.." 
"ㄴ, 네!" 

 

더없이 한심한 목소리로 대답하면 오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나에게 말할 게 있지 않나? 라며 압박을 가했다. 그 압박에 이기지 못한 나는 손쉽게 마음속으로 항복을 크게 외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 무엇에 집중하는 건 좋다만. 주위를 살펴야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만약 전투가 일어났을 때도 제대로 된 대응도 못 하고.." 

 

그 상태로 아마 몇십 분 동안 혼났던 것 같다. 내 기억상으로는. 

 

[2003년 7월 X일]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지.. 약 5년.. 맞나? 아, 그래. 5년. 방금 오빠한테 물어봤다. 약 5년이 지났다. 무작정 쓰기만 했던 2년과는 달리 3년째에는 익숙해져서 점점 틀을 갖춰나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선을 지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고 여유롭게 되어 Mixi.. 즉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개했었다. 공개한 뒤로 친구 신청과 댓글이 엄청나게 달려서 그때는 정말 무섭고도 두근두근했지만,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 내 생활에 Mixi에 들어가 보기라는 리스트가 추가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잡지 투고해봐요!라는 댓글을 올라왔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잡지에 나의 시를 투고한 이후, 나는 급속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심지어 시집의 출판까지 결정됐으니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아, 예.. 저야말로.." 

 

시집도 눈 깜빡할 사이에 출판되어서 이제는 사인회까지 열렸다. 내가 큰 곳은 절대 안 돼요! 라고 사정하며 외쳤기에 소규모로, 공지나 홍보도 그다지 하지 않았다. 사람 무서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행사장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알아내신 거예요? 라고 궁금증에 한두 명에게 물었는데. 덕심이에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여성 팬들은 계속 내가 걱정된다 따라온 오빠를 힐끔거리며 보고 있다. 죽을 것 같았다. 시집 출판 괜히 했다.. 

 

그래도 당신이 옆에 있어줬다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닐 텐데. 당신이 보고 싶다. 

 

[2005년 10월 X일] 
살았다.. 아, 작년에 몸에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었다. 계속 밤새우며 시를 써와서 그런 걸까, 불규칙한 식사 때문일까.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로 일이 겹쳐서 신체가 꽤 아프게 됐다고 한다. 오빠는 내가 병원에 들어간 것을 보고는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을 했었다. 아직도 못 잊어 그 얼굴.. 그날 밤에 악몽 꿀 정도로 무서웠다. 

 

'우미에.. 일찍 너를 죠스케가 있는 곳에 보내거나 죠스케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아니, 그거 민폐니까.. 스탠드 남용이니까..' 

 

이렇게 싸움 아닌 싸움을 했지만 결국 내가 이겨서 얌전히 치료받기로 했다. 중간에 퇴원하려다가 혼났지만. 아, 이번은 오빠가 아니라 엄마랑 아빠한테 말이다. 

 

"사람 사는 건 드라마보다 드라마틱 하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봐요." 

 

사각사각. 

 

아무 의미도 없는 글자를 노트에 끄적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빛의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마치 당신의 눈동자 같았다. 아직 당신의 마음을 몰랐던 그때부터 끝까지 한결같던 푸름과 맑고 나를 향한 그 올곧은 눈동자. 

 

아아, 보고 싶어라. 

 

[2006년 3월 XX일] 
"우미에, 아직도 쓸 생각인가?" 
".. 당연하지. 답장이 올 때까지는, 그 사람이 대답해주기 전까지 계속. 비록 답장이 내가 죽을 때까지 안 와도 난 그래도 좋아." 
"죽을 때까지.. 인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 나는 자신의 오빠를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나이가 꽤 들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내 오빠는 이젠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었다. 타인과 결혼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나에 비해서 부모님에게 잘 해드리고, 착실히 장남의 역할을 하는 오빠는, 항상 나를 보면 슬픈 듯이 바라보곤 했다. 이 나이까지 독신으로 지내는 내가 그렇게 불쌍하고 걱정되는 것일까? 

 

".. 그래, 네가 그렇다면 이젠 더는 재촉은 안 하도록 하지. ..난 너에게 지은 죄가 많으니." 

 

눈을 감고서는 말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오빠는 일어서더니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지은 죄. 분명 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혼잣말을 한 것이겠지만 지은 죄라는 그 말에 순식간에 잔잔했던 내 마음에 이유 모를 큰 파문이 일었다. 가슴이 조이듯이 아파졌지만 괜찮아, 괜찮아라며 자신에게 말을 걸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렇게 괴로운 상황에서도 그 사람이 보고 싶었다. 당신이 옆에서 꼭 안아주고는 다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어요.." 

 

하지만 내 말이 그 사람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2007년 1월 XX일] 
눈을 떴을 때는 하얀 천장이 흘러가고 있었다. 눈부신 전등 빛에 인상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난 누구일까.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눈이 다시 점점 감겨왔다. 

 

'매일 8시간 이상은 수면을 취한다. 그게 내 습관이거든.' 
'.. 대단하네요. 저랑은 달리.' 
'칭찬 감사히 받도록 할까. 뭐, 이런 습관은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된 거니까. 평화롭게 살기 위한 것이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익숙한, 목소리.

 

아, 맞아.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 

 

[2007년 3월 X일] 
"쿠죠.. 우미에." 
"내 이름은?" 
"쿠죠 죠타로." 
"이 녀석의 이름은?" 
"어, 어.. 그러니까 카.. 카쿄.." 
"카쿄인 노리아키." 
"아, 아. 죄송.. 합니다.." 

 

괜찮아.라며 싱긋 웃어주는 카쿄인씨에게 다시 한번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한듯한 카쿄인씨는 아하하, 하고는 웃었다. 

 

"그래도 처음보단 나아졌는걸? 처음엔 자신의 이름도 외우지 못했는데. 그렇지, 죠타로?" 
"아아.. 그나마 다행이지. 지금도 못 외웠으면 아무리 나라 해도 한 대 때렸을지 모른다." 
"히익.." 
"우와.. 왜 또 그러는 거야.. 얘가 원래 좀 폭력적이야. 학생일 때보다는 좀 나아졌긴 했는데.. 원래는 착한 애야!" 
"말하는 대상이랑 듣는 대상이 잘못된 것 같은데." 
".. 그런가?"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는 카쿄인씨는 오빠 나잇대 어른이 아닌 것처럼 귀여웠다. 독특한 형태의 앞머리가 귀엽다는 감상을 뒷받침하듯이 내 눈앞에서 살랑거렸다. 가만히 내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챈 것인지 카쿄인씨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큼지막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아주었다. 

 

"많이 어색하겠지만, 힘내. 네 주위에는 우리가 있으니까. 굳이 옆에 있지 않아도 네 편은 수두룩하니 그렇게 긴장하지 마." 
".. 네." 

 

포근한 음성에 마음을 놓고 한동안 카쿄인씨의 손길을 만끽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2009년 9월 XX일] 
아직도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를 배웠다. 스탠드라는 것과 내 주위의 관계들. 쿠죠씨.. 아니, 죠타로 오빠의 말로는 부작용 같은 것 때문에 예전보다 기억력이 낮아진 것 같다.라고 한다. 확실히 본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 오빠의 말은 믿을만했었다. 실제로 나 또 까먹은 거야? 냉정해라~!라고 외치는 프랑스인.. 어.. 누구지. 아, 폴나레프씨. 오빠가 내가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으니 와서 알려줬다. 감사합니다. 어찌 되었든, 현 상태가 계속 오락가락 한 상황이라니 주위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2013년 6월 XX일] 
당신에게 계속 시를 써서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아무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외롭다. 괴롭다.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다. 한마디만, 딱 한마디만 말하고 싶었다. 

 

머리가 아파온다. 

 

[2013년 7월 XX 일] 
알아 버렸다. 알아버리고 말았다. 숨통이 조여오는 듯해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눈물이 흐른다. 볼을 타고 이내 방바닥에 떨어진 눈물이 서글픈 자국을 남기곤 사라졌다. 

 

너도 사라졌다. 

 


우미에가 시를 쓰기 시작한 지 15년째, 결국에는 그 아이가 깨달았다.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면, 나는 우미에 가 그대로 모르는 체 사고로 기억을 잃은 상대로 쭉 살아가기를 원했다. 우미에를 위해서, 그런 좋은 이유가 아닌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였다. 

 

키라 요시카게가 죽은 그 당시 우미에는 그자의 사망 장소에 있었다. 분명 내가 호텔 방에서 머물러 있으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우미에는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슬프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DIO로 인해 어머니가 아팠을 때보다 더욱, DIO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을 때보다 더욱. 눈물을 흘리며 이미 추하고 잔혹하게 일그러진 사람이었던 것의 잔해를 앞에서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그자의 이름을 수십 번이나, 몇 번이나 불렀다. 모든 시체가 그렇듯 키라 요시카게의 시체는 그 아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에도 움직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죠스케는 키라 요시카게의 기괴하고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의 형태에 당황했고 그와 우미에 가 서로 연이 있었음에 또다시 당황했다. 

 

"우미에." 

 

한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소란스러운 주위의 음성에 정신을 차리고 아직도 그자의 시체를 붙들고 있는 우미에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라고 웅성거리며 점차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본 죠스케는 급하게 나에게 달려왔다. 

 

"죠타로 씨..! 사람들이.." 
".. 아아, 이건 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군." 

 

스타 플래티나를 꺼내는 내 모습을 본 죠스케가 우미에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무어라 중얼거렸다. 아마, 차라리 잊어버리면 덜 고통스러울지도. 였겠지. 무의식중 나도 그것을 바랬는지 우미에를 기절시켜 모오리초 그랜드 호텔로 이동시킨 뒤 그 아이가 눈을 떴을 땐 그 아이는 키라 요시카게에 관련된 것을 잊고 말았다. 딱 하나, 그가 죽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난 그것이 신이 나에게 준 찬스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그 아이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키라 요시카게가 보고 싶다. 일본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차마 들어줄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다시 기억하는 것이 두려웠기에. 

 

그 노력은 수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우미에는 결국 알아버렸다. DIO와의 싸움 때도 키라 요시카게의 죽음도 그것을 속인 것도.. 나는 수많은 죄를 짓고 만 것이다. 

 

우미에, 내 사랑스러운 동생은 이제는 세계와의 문을 닫고 살아간다. 누구의 목소리도 들을 수도, 그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끊이지 않는 슬픔의 파도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아픔을 억누르려 하기를 반복한 지 며칠이나 지난 걸까. 우미에는 빛을 잃은 눈빛으로 달력을 바라보는듯하더니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도 누구에게 그 분노와 우울한 감정이라는 화살표를 돌릴지 몰라 속에서 한참을 희석해 내뱉은 말은 그뿐이었다. 다시 자신을 집어삼키는 파도에 저항도 못 하고 우미에는 그저 잠을 청했다. 우미에의 볼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춤추며 흘러갔다. 

 

 

 


작은 편지 봉투 안에는 하나의 단추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우미에는 단추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무언가 깨달은 건지 자신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크게 떴다. 설마, 그럴 리가라고 중얼거리던 그녀는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편지를 펼쳤다. 

 

[기억해줘서 고맙다. 15년간 보내온 시, 항상 보고 있었다. 사랑한다, 우미에.] 

 

분명 편지를 보내온 사람의 이름은 없었지만 우미에는 한 번에 누가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요시카게, 씨." 

 

감정이 물밀듯 흘러왔다. 목 끝까지 차올라 숨을 못 쉴 정도로 애절한 감정은 이내 눈물을 내보내도록 만들었다. 우미에는 한참을 울었다. 한번 흘리기 시작한 눈물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듯 하염없이 우미에의 양 볼을 타고 미끄러졌다.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이젠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편지. 익숙한 필기체. 어떻게 답장이 왔는지,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답장'만이 그녀의 마음과 정신 속을 채워나갈 뿐이었다. 

 

 

 

쓱쓱. 누군가가 쓰담어주는 손길을 느꼈다. 잠결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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