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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토 코타로X류아키

하이큐_심해소녀

 

 

소년은 자신에게 있어 한 줄기의 빛이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는 없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충분히 생겼을 텐데 남들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고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항상 친구들과 놀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소년은 그 버릇의 타깃중 하나였다. 
같은 반 친구의 부탁으로 농구부의 같은 반 친구에게 물건을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다 바로 옆 체육관 배구부가 사용하는 체육관에 기웃거린 것이 시작이었다. 
가볍다고 느껴질 만큼 높게 뛰어올라 배구공을 강하게 내려치는 행동. 그 공은 빠르게 상대 코트에 내리꽂혔다. 그렇게 내리꽂힌 공이 강하게 튕겨 소녀가 있던 체육관 문을 부딪쳤지만 소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공을 강하게 내려친 사람 쪽이었다. 큰 소리로 헤이헤이헤이를 외치며 기뻐하고 있던 얼굴은 땀이 빛에 반사된 건인지 반짝이는 빛이, 얼굴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빛을 눈에 계속 담고 싶었다. 소녀는 그 빛을 소유하고 싶다기보단 그 빛을 보고 싶을 뿐. 볼 때마다 두근거리고 따뜻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다.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은 어느새 한 사람을 지켜보는 버릇으로 바뀌었다. 관찰한다고 해서 일지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건다든가 직접 찾아간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지켜보기만 할 뿐. 눈에 보이면 혼자 설레 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자신과 소년은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지켜보기만 할 것이라고.

 


***

 


어느 날, 일이 생겨 소녀의 반과 소년의 반은 합동수업을 하는데 제비뽑기로 같은 팀이 되었다. 소녀는 자신과 같은 팀이 됐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같은 반 친구들의 말에 소년이 있는 앞에서 창피함을 느끼고 고개를 푹 숙인 체 아무 말도 못했다. 
맞는 말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소년 앞에서는 말하지 말았으면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미웠지만, 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미웠다. 고개를 푹 숙인 체 자신을 보호하려 몸을 웅크렸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다 같이하면 잘할 수 있어!” 
“너 얘랑 친해? 모르면서 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럼 내가 얘 몫까지 책임지면 되는 거 아냐?” 

 

주변에서 본다면 짜증이 난 친구들을 달래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소녀에게만은 다른 의미로 들렸다. 
자신이 관찰하던 소년이 자신에 의해 짜증이 난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감쌌다.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나는 소년을 좋아하고 있었구나.라고. 

 

그 감정을 알아버린 소녀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 만약 자신이 좋아한다고 했을 때 소년이 음침한 아이는 싫다고 거부하지 않을까. 
꿈에서나 생각으로나 소년이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얼굴이 한순간에 같은 반 친구들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는 무관심의 표정으로 바뀌지 않을까. 겁이나고 두려워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대로처럼 혼자서만 좋아하자. 
소년이 평소처럼 자신에겐 웃어주기만을 바랐다. 
음침한 자신 때문에 그 웃는 얼굴을 앗아가는 게 싫었다. 같은 팀이 되고 난 후, 학교에 가면 자신에게 인사를 해오거나 가끔 교과서를 빌리는 그 소년에게 잘해주기만 하자. 아니 잘해주지도 말자. 피하자. 
지금도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웃는 그 얼굴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절대로 만나면 안 된다. 
다시는 너에게 접근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나를 좀 내버려둬!!”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

 


피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전과는 다르게 친구들의 시선을 받으며 혼자서 지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린 건진 몰라도 소년이 눈앞에 보이지가 않았다. 어딜 쳐다보나 시선에 걸렸던 소년이 시선에 걸리는 것 없이 사라졌다. 교실로 찾아가는 그런 용기는 없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되는 것인데. 그럴 용기조차 못 내니까 이러는 거잖아. 속으로 자신과 싸우면서 보고 싶다는 마음과 이럴 줄 알고는 있었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모두에게 시선을 받던 것도 점점 수구려 들 때쯤, 평소와 같은 하교 시간과 부 활동 시간이 겹쳐지는 시간. 집에 가기 위해 책가방에 필기도구를 챙겨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활동 때문에 하교 때문에 텅 빈 교실을 둘러보았다. 학교에 있으면서 소녀가 유일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열려있는 창문을 닫고 삐뚤어진 의자를 바로 넣어 정리하면서 이 책상을 사용하는 주인에 대해 생각을 했다. 대부분 제대로 되어있기에 몇 개만 정리를 하고 자기만족을 하면서 뒷문으로 걸어갔다.
부활동을 하지 않는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혼자만의 취미를 떠올리고 그것을 할 기대에 들떠있었다. 교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은 순간 옆으로 빠르게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혼자만의 취미에 들떠있던 얼굴은 맞은편에서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학생에 의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열린 문 옆으로 비켰다. 남학생의 시선이 움직이는 자신을 따라가는 것도 모른 체 소녀는 남학생이 교실 안으로 들어올 때 나가기 위한 타이밍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냐.” 
“어, 어?” 
“이거. 보쿠토 자리에 있더라.” 

 

소녀는 남학생이 내민 공책을 확인했다. 겉표지에 적힌 이름을 보니 자신의 것이 맞았다. 그런데 왜 이걸 남학생이 전해주는 걸까. 이건, 소녀가 소년에게 빌려주었던 공책이었다. 본인에게서가 아닌 남에게 받게 될 줄 몰랐다. 소녀는 자신의 것이 분명한데도 공책을 펼쳐 훑어보았다. 
한 장씩 넘기면서 공책의 내용을 훑어보던 소녀는 수업시간, 소년을 생각하면서 적었던 보쿠토, 좋아해라는 단어가 공책 끝에 보였다. 작게 적었지만, 눈이 좋은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크기였다. 
공책을 넘기던 손은 다시 앞 페이지를 넘겼다. 좋아해라는 단어 위에 손끝을 올려 문질렀다. 볼펜으로 써서 지워지지 않는 이것 때문에 소년이 자신을 피하는 거다. 
점점 고개를 숙어졌다. 울고 싶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공책을 돌려준 남학생은 자기 뒤에 있던 다른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교실 문을 살짝 닫아주었다.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닫히고 소녀는 참았던 눈물을 더는 참지 못해 흘려보냈다.

 

“나 같은 게 좋아해서 미안해…….”

 

공책을 품에 끌어안고 무릎을 세운 체로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우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조용한 교실, 유일이 있는 소녀에게는 작게 흐느끼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문 옆에 몸을 기댄 체 앉아있었다. 기절하거나 잠이 든 건 아니었지만, 얼굴을 무릎에 박고 울고 있었기에 밖이 어두워지는 것도 몰랐었다. 아까부터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에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면서 폰부터 확인을 했다. 화면엔 부재중 전화라며 그 옆엔 엄마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평소에 전화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것도 여러 번이나 했다는 건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겠지.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란 걸 깨닫고 얼른 집으로 가자고 빠르고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보다 어두운 복도에 금방 기가 죽어 방금까지 교실 문을 빠르게 열던 손은 천천히 살살 교실 문을 닫았다. 
어두워진 복도에서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분명 아무것도 없었지만, 학교는 공포와 관련된 장소 중 하나니까.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걷다가 학교 창문으로 집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은 검은색 페인트로 칠한 듯 깜깜하다. 시점을 살짝 옮겨 창문을 보았다. 창문에서는 어둠과 잘 어울리는 음침한 아이가 겁을 먹은 얼굴이 보였다. 보기 싫었다. 기분이 나쁘다. 사라져 버렸으면… 이 어둠은 소녀가 무엇을 하든 말든 소녀를 감춰줄 것만 같았다. 
소녀는 창문을 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작은 바람에도 몸이 크게 부르르 떨렸다.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점점 몰려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들고 있던 가방과 공책을 옆에 두고 양손으로 창문틀을 잡았다. 창문 위로 올라가 서려는데 뒤에서 강하게 팔을 끌어당겨 창문 안으로 몸이 뒷걸음질 쳤다. 창문틀을 잡고 있던 손이 아파 작게 떨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경비아저씨인가 했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경비 아저씨라면 손전등이 있었겠지만 아무것도 없어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그때 바닥에 떨어진 소녀의 폰이 울리면서 화면이 켜지고 상대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보쿠토가 서 있었다. 소녀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보쿠토가 소녀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부원들이랑 하교하는데 네 반 친구와 만났어. 같이 있던 우리 반 친구가 내 책상에서 네 공책을 발견해서 그 공책을 같은 반 친구가 너한테 전해줬다고.” 

 

소녀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소년과 거리를 두었다. 

 

“지금… 뭐하려고 했던 거야? 날씨가 좋아서 쳐다보고 있던 거지? 응?” 

 

뛰어내리려고 했어. 소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하면 눈앞에 있는 소년이 어떤 대답을 할지 몰랐고 무엇보다 자신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던 사실이 뒤늦게 겁이나 양손으로 가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 자살도 못 하는 소심한, 아니 겁이 나는 자신이 미워져 도망치려고 복도를 뛰어가려다 팔을 잡힌 손에 더 꽉 쥐어오자 뿌리치지도 못하고 고개를 되 올렸다. 마주 볼 자신도 없으면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공책에 적힌 말… 봤어.”

 

제발 그 말은 하지 마. 그만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윗입술과 아랫입술은 딱 붙어버렸다. 떨어지지 않아… 아니 소리치지 못하는걸 알고 있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 

 

예상치 못한 답변에 눈을 떴다. 어째서 사과를 하는 걸까. 

 

“그… 좋아하라고 해주는 사람에게 뭔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그 이후로 평소처럼 너한테 말을 걸 수가 없었어. 미안….”

 

이 말은 또 무슨 뜻인가. 아무 말도 못 하는데 강한 빛이 눈을 비춰 눈이 부셔 손으로 빛을 가렸다. 
거기서 뭐 하느냐는 경비아저씨의 목소리에 소년은 울고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경비아저씨의 얼굴을 한번 본 뒤 오해할까 싶어 소녀를 끌어당기고 이어서 한 손은 소녀의 한쪽 어깨를 감싸 잡고 한 손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여자친구를 달래주려고… 하하하. 죄송합니다! 이만 가겠습니다.” 

 

경비아저씨는 둘을 보고 숨을 뱉어내며 요즘 애들은 말이야… 라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 한 뒤 사라진다. 다시 주변이 어두워지자 소녀는 손을 빼며 거기를 두면서 자신의 짐을 챙긴다. 소년 역시 던져놓았던 자신의 짐을 챙기고 몸을 일으켰다.
서먹해진 분위기에 소년이 뭔가 말하려 하자 소녀는 창문 쪽으로 피하자 조금 전, 일 때문인지 소년은 소녀가 창문 쪽으로 못 가게 소녀와 창문 사이로 가로막아 섰다. 당황한 소녀의 얼굴을 보고는 등 돌려 창문을 제대로 잠근다. 잠금상태에서 좌우로 움직여 확인까지 한다. 

 

“절대로 창문 가까이 가지 마.” 

 

그것만으로도 모자란다고 느꼈는지 무언가를 찾듯 허공에서 더듬거리다 소녀의 손을 잡는다. 조금 전 일도 있었으니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건지 말없이 잡아끌면서 정문, 신발장 쪽으로 걸어갔다. 연속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둘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은 체 아무 말 없이 둘의 발소리만을 들으며 계단이 없을 때까지 내려갔다. 

 

계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곳에 계단이 없고 바닥이 나오자 몸이 살짝 휘청였다. 넘어질 뻔한걸 간신히 잡아주며 눈앞에 있는 신발장 쪽으로 걸어갔다. 각자 자신의 신발을 신어야 하니 두 손은 떨어졌다. 따뜻하고 약간은 끈적했던 느낌에서 벗어나자 냉기에 손은 자연스레 주먹을 쥐었다. 
소년은 빠르게 신발장에 벗어놓았던 자기 신발을 챙겨 신은 뒤 소녀가 자신의 신발장으로 가 신발을 바꿔 신는 것을 쪼구려 앉아 보고만 있었다.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러다 눈동자를 굴려 깜깜한 정문 밖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여자친구… 계속해주면 안돼?” 
“어째서…? 나 같이 음침한 애를…….” 
“음… 솔직히 말하면 조용한 애라고는 생각했지만 음침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마다 각자 성격이 다르잖아. 너랑 나만 해도 그렇잖아?”

 

그리고는 더 이상은 생각이 안 나는 것인지 말을 못 잇는 것인지 소녀를 보고 씩 웃었다. 소년이 웃자 구름 속에 가려졌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 소년의 미소를 한층 반짝거리게 하였다. 빛에 반사될만한 것이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그 반짝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반짝임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순정만화에서 나올법한 좋아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만 볼 수 있는 반짝임이었다. 
소녀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소년은 자신에게 있어 한 줄기의 빛이라고. 
소년의 말엔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피하면서 빨리 집에 가봐야 한다며 가방을 챙긴 뒤 빠르게 도망치듯 뛰었다. 뛰어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곧 잡히겠구나 필사적으로 뛰었다. 발소리의 간격은 점점 늘어나면서 땅을 박차는 소리의 횟수도 줄어들었다. 안 따라오는 걸까 소녀가 걸음을 멈추려 할 때였다. 

 

“내일 보자!” 

 

소년의 목소리에 소녀는 멈칫했지만, 다시 뛰었다. 체력이 약한 탓에 다리가 풀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가자고. 그러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숨을 고른다. 뛰기 전부터 혼자서 뛰기 시작한 심장에 제발 그만 뛰어달라고 한 손에 다른 손을 감싸 쥔 뒤 가슴 위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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