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스티븐슨X돌로레스 위긴스
사이퍼즈_마음짓기
저기, 만약에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면
웃으며 사는 것이 편해질까?
나는 ‘사이퍼’로 태어났다.
특별한 능력.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을 가졌다. 그것은 언제나 나를 보통 사람들과 멀어지게 했고, 주눅 들게 만들었다. 아무리 내 능력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말하자면 보잘 것 없는 능력이라도 사이퍼인 이상 눈총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그나마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상냥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추궁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일까?
태어났을 때부터 동물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나는,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더 친하게 지냈다. 길고양이와 들개. 숲에 사는 많은 동물들. 다람쥐, 토끼, 순록. 동물원은 나에게 커다란 사교의 장과도 같았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에게도 상냥하게 말을 걸 수 있고, 물속을 헤엄치는 수달과도 놀 수 있다. 정말로 동화책에서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능력이야. 부모님은 내 능력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정작 바깥에서는 언제나 입을 조심했다. 당연한 일이겠지. 딸이 사이퍼인 걸 자랑스럽게 말하기엔 세상은 아직 조심스럽고, 사이퍼도 아닌데 동물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볼 게 뻔하니까. 나는 부모님의 행동이 밉지 않았다.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나를 지켜주기 위해, 이렇게 까지 조심해 주는 부모님을 어떻게 미워할까.
그래도 역시, 사람이 그리울 때는. 부모님도 없는 시간, 주변에 어떤 동물도 없는 곳에서는.
조금, 외로워 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 외로워 져서.
울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 만약 모든 걸 잊어버릴 수 있다면
울지 않고 사는 것도 편해질까?
그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일어난 작은 기적이었다.
막 입학해서 새로 사귄 친구도 없고, 마을에서 아는 친구도 없던 나는 언제나 혼자서 학교를 다녔다. 딱히 따돌림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 혼자 다니는 것은 모두의 눈에 이상하게 보였던 걸까. 아이들은 나를 사교성 없는 아이라고 평가했고, 나는 거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다른 아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보라고, 먼저 다가가 보라고 말했지만 나는 선생님의 충고에 따를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 나와 다른 걸요.
나와 다른데, 나와 친해질 수 있을까요?
모두가 날 알게 되면, 날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 사이퍼라고 무서워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겠지. 나는 그게 두려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한 학기가 지나도록 내 친구는 여전히 학교 근처를 떠도는 수많은 동물들 뿐. 언제나, 언제나 난 외톨이.
차라리, 이 능력을 버릴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능력에는 죄가 없다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별해 지고 싶다는 아이들 속, 이미 특별한 나만 평범해 지고 싶다니. 이상하지만 나는 괴로웠고, 그러던 도중
“안녕?”
처음으로, 너와 만났다.
“히익”
길거리에서 잠든 고양이를 발견하고,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건넨 너는 해님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기에 나에게 말을 건 걸까. 외로움 속 손을 내민 그가 분명히 내겐 구원이었을 텐데, 나는 그것보다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너, 우리 반이지?”
“응? 어, 어어…”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다. 이름이 분명…
“스티븐슨 군?”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않아도 돼! 토마스라고 불러줘! 돌로레스 맞지?”
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은 그는 내가 쓰다듬고 있는 고양이의 등을 콕, 눌러보았다. ‘간지러워’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웃었는데, 토마스는 내 웃음의 의미도 모르고 같이 웃어주었다.
“뭐, 뭐야. 왜 웃었어?”
“아니, 돌로레스의 웃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그런가… 으응”
확실히 학교에서 내가 웃을 일 따위는 없지. 나는 외톨이니까.
“저기,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응? 아니?”
“그러면… 왜 말을 건 거야?”
“왜, 라니. 우리 같은 반이잖아. 친해지고 싶어서지”
“…나랑?”
믿기지 않는다. 왜 나 같은 거랑? 너무 놀라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소리 죽여 속삭였다.
“돌로레스는 우리 반에서 그림도 제일 잘 그리고, 이렇게 예쁜데. 친해지고 싶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닐까?”
“…에, 에에”
이런 칭찬은 처음이었다. 아니, 칭찬 자체가 내게는 너무 낮선 것이었다. 부모님이 아니면 나를 예쁘다고 해주지 않았고, 그림에 대한 것도 지나가듯이 잘 그렸단 말은 들었어도, 이렇게 특별히 찾아와 하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응”
“…하지만, 토마스는 나를 몰라”
내가 사이퍼인 걸 안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두려움과 외로움 사이. 우두커니 놓여진 나는 힘겨운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너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제 손을 피하는 날 위해 또 다시 손을 내밀어 주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더 알고 싶은 거야!”
그 말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구원이 되어주었는지 너는 알까.
친절한 토마스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사이퍼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도 사이퍼라는 것을 안 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이고. 내가 사이퍼라는 소문이 돌아서 토마스가 더 다가오고 싶어 했다는 걸 안 것은 또 조금 더 뒤의 이야기였지만.
네가 내 구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저기, 만약 내게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그걸 찾으면 좋을까?
살며시 미소 지으며 네가 말해
‘그건 말이야, 여기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