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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소스케X유네

Free!_heart a la mode

 

 

Heart: 심장, 마음

 


a la mode: 아이스크림을 얹은

 

 

 

 

 


아침 7시. 야마자키 소스케는 번쩍 눈을 떴다. 기껏 맞춰놓은 자명종도 필요가 없었단 생각에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기 포트에 물을 담고 끓는 소리가 들리자 머그잔에 물을 따르고 커피믹스를 넣었다. 카페인이 들어오자 정신이 더 또렷하게 돌아오는 듯했다. 모처럼의 토요일 아침에 들리는 인기척에 룸메이트인 마츠오카 린이 눈을 비비며 덩달아 깨버렸다.

 


"소스케, 오늘 토요일이야..."

 


"알아."

 


이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까지 하다니,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가. 잠이 덜깨어 눈을 반쯤 뜬 채로 기억을 더듬던 린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딱 3일 전, 수요일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파스가 부족한데..."

 


사메즈카 학원 수영부 부장 마츠오카 린이 중얼거리자 옆에 서서 차트를 넘기던 매니저, 츠키야 유네가 덧붙였다.

 


"스포츠 타올이랑 세제도. 아무래도 사러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주말에 시간 돼?"

 


"응."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소스케, 너 시간있냐?"

 


린이 지나가던 소스케에게 손짓을 하며 물었다. 소스케가 고개를 끄덕이자 린이 잠시 뜸을 들였다. 자신이 빠져도 문제 없는 일정이니 이참에 데이트나 하고 오라지. 그럼 너희끼리 다녀와, 린이 말하자 유네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알겠다고 답했다.

 


"그럼 토요일, 역 앞에서 9시에 만나자."

 

 

 

 

 

 

 

 

 

 

 

아직 약속시간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하네, 저 소스케를 초조하게 만들고. 침대에서 한 바퀴를 구른 린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위이잉-
고요한 방에 휴대전화의 진동음이 울렸다. 휴대전화의 주인이 침대 밖으로 손을 내밀고 바닥을 더듬거리더니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유네?"

 


"유네, 듣고 있어?"


대답이 없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소스케는 전파가 약한 건가, 라며 전화기를 확인해 봤지만, 전파는 매우 멀쩡했다. 여전히 들리지 않는 소리에 소스케는 다시 시도를 했다.

 


"여보세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대신 고른 숨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러니까, 아직 자고 있다는 거지? 세 번째 전화에 다시 유네가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아까보단 더 멀쩡한 정신으로.

 


"여보세요? 소스케?"

 


"오, 드디어 받았네."

 


"진짜 미안해! 알람소리를 못 듣고 지금 일어났어. 미안, 빨리 나갈게!"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전화로 횡설수설하던 유네는 서둘러 씻고 전날 미리 골라놨던 옷을 걸친 뒤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그나마 집에서 역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전력으로 달리면서 유네는 자신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정이 한꺼번에 틀어진 것 같았다. 모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지각이라니 최악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역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소스케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역 안에 덩치 큰 장신의, 어딘가 무거운 분위기의 남자는 그 말곤 없었으니까. 
벽에 등을 기댄 채 유네를 기다리던 야마자키 소스케는 멀리서 보이는 실루엣만으로도 그녀를 알아봤다. 여기라고 손을 흔들려는 참에 쏜살같이 달려온 유네가 그의 앞에 도착해있었다. 유네는 뭐라 말을 걸 수도 없을 정도로 헐떡이고 있었고 사이사이 마른기침을 토해냈다.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했는지 물기가 가득했다. 소스케는 속으로 겨울이었으면 감기에 걸렸겠다고 생각했다. 츠키야 유네는 하늘거리는 남색 치마에 품이 크고 영문으로 글씨가 적혀있는 흰 티셔츠를 입었다. 그동안 유니폼과 교복을 입은 모습만 봤던 소스케는 유네의 상태가 진정될 때까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천천히 오라니까.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 정도로...운동신경이...나쁘진...않아. 늦어서...미안."

 


"괜찮다니까. 이쪽이 미안해질 정도니까 사과 그만해. 전화로도 계속했잖아."

 


유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걱정으로 어두웠던 소스케의 표정도 한층 풀어졌다. 지하철에서 평범한 대화를 하고 부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은 어느샌가 쇼핑센터에 도착해 있었다.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님에도 말이다. 거의 웬만한 물건들은 스포츠용품점에 있기에 먼저 그쪽으로 향했다. 유네는 우선 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디자인의 물병 몇 통과 아이스팩을 골랐다.

 


"이건 어때?"

 


유네가 커다란 스포츠 타올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

 


"만져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소스케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까치발로 선 유네가 그의 어깨에 수건을 둘렀다. 잠시뿐이었지만 그 동작이 제 목을 끌어안는 자세로 보여 야마자키 소스케는 귓가에 요동치는 제 심장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귓가까지 화끈거리자 소스케는 두르고 있는 수건의 규격을 확인하고 있는 유네의 반대방향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유네가 두 번째 수건을 집어 들자 소스케의 머리에는 적색등이 켜졌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할게."

 


"응, 여기."

 


유네가 타올을 건넸고 소스케가 그걸 받았다. 그렇게 끝나면 될 텐데 두 사람의 손끝이 닿았다. 찰나의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이 떨어졌다. 그들의 태연한 표정과는 달리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어떻게 쇼핑을 끝마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 몇 시간이 지나고 사야할 물건의 목록이 전부 체크 표시로 메워졌다. 그제서야 둘은 쇼핑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고했어."

 


벤치에 나란히 앉은 유네와 소스케는 커피를 마셨다. 유네는 커피를 반쯤 마시다가 지금 먹고 있는 게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르르 녹을 아이스크림을 얹은 따끈따끈한 마음이 마법처럼 모든 것을 달콤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기도, 시간도, 평소엔 마시지 않는 쓰디쓴 커피조차도. 그와 함께라면 앞으로도 모든 것이 그렇게 변할 것 같았다. 설탕을 잔뜩 넣고 휘핑크림을 쌓아 올린 듯이, 그렇게 달콤하게.

 


'말해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꾹꾹 눌러 담고 있는 이 감정을 너에게 말해버릴까. 언젠간 말해야 한다고 생각만 했지만, 오늘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조금만 이따가,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말하자.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들킬세라 꾹 눌러 잡은 종이컵이 작은 소리를 내며 살짝 찌그러졌다.

 

 

 

 

 

지하철이 덜컹거렸다. 해가 막 지기 시작할 무렵이라 사람이 꽤 없는 편이었다. 나란히 앉아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야마자키 소스케는 아까부터 유달리 조용하던 유네가 신경 쓰였다. 유네가 원래 말이 적은 사람인 건 맞지만, 눈치가 빠른 소스케는 그녀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입을 연 소스케는 도로 닫아버렸다. 흘끗 곁눈질로 쳐다본 유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게 잤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분명 오늘의 일정으로 남아있던 체력까지 닳은 거겠지. 흔들리는 머리카락 때문인지 상쾌한 샴푸 향이 그의 코를 스쳤다. 소스케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유네가 깬다면 할 말이 없으니까,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확신이 부족하니까.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아니라면 친구로 남을 수도 없게 된다는 게, 그게 정말 싫었다. 마음의 거리는 얼마나 좁혀진 걸까. 그 거리가 눈에 보이는 거라면 자로 재어볼텐데, 소스케는 생각했다. 그때, 흔들리는 전철 탓에 유네의 머리가 소스케의 어깨에 닿았다. 마음이 간질거렸다. 이대로 역을 지나쳐서 유네를 어디론가, 아무도 모르는 멀고 먼 곳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내려야 할 역이 가까워질 수록 소스케는 유네를 깨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유네를 깨우려는 순간, 유네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깼네. 피곤해 보이길래 못 깨웠어, 미안."

 


"아, 응...아니야, 내가 미안해."

 


최악이다. 유네가 얼굴을 양손에 파묻었다. 긴장이 풀려서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나 보다. 오늘은 완전히 일이 꼬여버렸다. 아침엔 지각, 쇼핑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저녁엔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졸질 않나. 지하철에서 잠든 건 몇 년 만인지, 하루종일 평소의 자신 같지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유네는 가까스로 손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그래도 말해야 해, 오늘이 지나면 이 달콤함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소스케가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하자 유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서 온갖 말을 끄집어냈지만 어째서인지 하나의 문장으로 묶이질 않았다. 눈을 마주치면 말하기도 전에 마음을 들켜버릴 것만 같아서 먼 곳을 쳐다보며, 어째서인지 로봇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린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다. 

 


아까는 피곤해서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소스케는 그것이 신경 쓰여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유네는 단 한 번도 저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니, 그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깨우지 않아서 화가 난 건가? 말실수를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고백할 수도 없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데 아무래도 날려버린 것 같았다. 속이 탔다.

 


"여기야."

 


마침내 유네가 열차에서 내린 후로 첫 마디를 꺼냈다. 소스케는 타는 속을 뒤로하고 작별인사를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유네가 더 빨랐다.

 


"저기...그...조...."

 


망했다. 어딘가가 꽉 막힌 듯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분명 바보 같은 꼴이겠지. 얼굴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도전하려고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유네의 얼굴을 본 소스케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그럼, 화가 난 게 아니라...

 


"미안, 더는 못 기다리겠다."

 


얼굴과 얼굴이 겹쳐지자 시간이 잠시 멈추었다.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자 두 사람분의 심장 고동이 함께 뛰었다. 좋은 기억도, 싫은 기억도, 달콤한 마음도, 씁쓸한 마음도, 너와 함께 지내온 시간은 전부 소중히 간직할 거야.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게 마법처럼 달게 변해 버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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