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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제 아이X현비파

노래의 왕자님_bouquet

 

 

* 노래의 왕자님 All Star & All Star After Secret 미카제 아이 루트 네타 있습니다.
* All Star로부터 20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더위가 물러가기 시작한 늦여름 무렵,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었다. 전부터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던, ‘미카제 아이의 아이돌 은퇴’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비파는 TV 앞에 앉아서 오늘 기자회견 방송이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는 채널을 계속 고정해두고 있었다. 담담한 얼굴로 화면을 보고 있던 그녀는 문득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고 있는 방송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돌과 방송계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줄곧 봐왔던 연예인은 물론, 아이의 후배들 중 몇 명도 그 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한 편에서는 은퇴에 관련된 이야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그 바로 앞 프로그램으로 예능을 편성하다니. 방송국에선 방송 편성을 예정된 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그녀로서는 웃음도 나지 않았다. 손에 잡은 리모컨만 하염없이 만지작댈 뿐이었다.
  그의 나이가 서른을 넘으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었다. 흔히 말하는 ‘아이돌로서의 수명’이 과연 그에게도 적용이 될 것인가를 둔 논란이었다. 사실 그의 외모는 아이돌로서 데뷔한 지 23년이 되는 지금까지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그저 나이를 먹고 있다는 느낌의 약간의 변화만 있었다. 지금 그는 누가 봐도 이십대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데뷔 17년차가 되었을 무렵까지도 여전히 인형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변하지 않는 실력을 보면서, 사람들은 점점 그를 경외시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정말 인형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미지의 존재를 대하는 것처럼 두려움과 신기함을 담은 시선은 그를 항상 따라다녔다.
  샤이닝 사무소의 사장인 사오토메로부터 아이돌로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감정에 대해 알게 되면서, 사랑을 하게 되면서 그는 아이돌이라는 직업과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와 연기 안에 감정을 담아낼 수 있게 되면서 그는 이전보다도 더욱 사랑받는 아이돌이 되었다. 아이에게 있어서 그 모든 것들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었고, 그 안에 담겨진 영혼의 조각들을 비파는 사랑했다. 그 영혼은 누구보다도 빛나고, 또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제 더 이상 아이돌로서 사람들 앞에 서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선언을 받고 말았다. 현대 과학이 해를 거듭할 때마다 발전을 이루고 박사가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그의 몸은 점점 ‘감정’을 받아들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논란은 그가 아이돌로서 활동을 이어가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아이돌은 그만큼 대중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사오토메도 그렇게 연애 금지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물론, 비파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방송계를 누구보다도 많이 겪어왔고, 이런 이유로 떠나가는 아이돌들도 많이 봐왔다. 그렇기에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얼굴에 담고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울고 있었다. 비파는 자신을 끌어안은 그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오토메가 원망스러웠다. 그것은 아이돌로서의 아이에게 있어서 사형 선고와 다를 게 없었다. 이 무자비한 재판에서 재판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은 무엇보다도 참담했다.
  TV 화면에 떠있는 시계를 보았다. 기자회견까지 이제 15분. 이 예능 방송이 끝나기까지 앞으로 5분이 남았다. 비파는 한숨을 뱉었다.
 
 “아이는 어쩌고 있을까.”

 

  언제나처럼 누구보다도 태연한 얼굴로 앉아있을 게 뻔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걱정되었다. 목이 타들어갈 듯 말라버렸다.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침을 꼴깍 삼키면서 계속 화면을 주시했다. 방송이 끝나고 십 분간의 광고가 어느 때보다도 짧게 느껴졌다. 이제 곧 화면 속에 나오게 될 그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화면에 기자회견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수많은 기자들이 자리에 앉아있었으며, 그 앞에 아이와 사오토메가 앉게 될 자리가 보였다. 잠시 후, 카메라 셔터 소리가 폭발하듯 터지기 시작하고,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방송에서 보여주던 것과는 달리 굳은 얼굴의 그가 담담한 눈빛으로 기자들과 카메라, 뒤쪽의 팬들을 훑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은 그가 마이크를 받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용은 주로 아이돌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으며, 이제부턴 아이돌이 아닌 미카제 아이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 팬들에게의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답한 후,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분명 무척 길었을 그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져서 비파는 허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끝나는구나.”

 

  작가로서 일생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끝’을, 다른 누구도 아닌 반려에게서 보았다.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무서웠다. 모든 일에는 끝이 존재하고, 언젠가는 찾아오게 될 일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충분히 받아들여 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파는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 위에 얼굴을 묻었다. 분명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슬프고 아플 사람이 생각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현관에 서서 자신의 앞에 선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 집에 올 때마다 보여주던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비파는 망설였다. 잠시 서로를 보며 둘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숨조차 어떻게 쉬어야 할지 이제 헷갈릴 무렵에 그가 갑자기 움직였다.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놀란 비파의, 숨이 트이는 순간 다시 느꼈다. 손목에 닿은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퇴 무대가 결정됐다. 5개월 후, 1월 한겨울로 일정을 잡고 거기에 맞춰서 모든 스케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방송에 나와서 아이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 때문에 비파는 인터넷 기사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은퇴 관련 이야기가 어김없이 따라왔다. 그것들을 보고 스크랩하고 분석하던 시간을 모두 작업으로 돌렸다. 마감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 번 스케줄에 치이기 시작하면 시간은 끝없이 흘러간다. 정신 차리고 보면 일주일이 지나있었고, 또다시 달력을 보면 한 달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루 종일 가득 찬 스케줄을 전부 소화해내면서 5개월을 보냈다.
  은퇴 무대 당일,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전까지 신세를 져온 사람들을 비롯하여, 온갖 인연을 쌓아온 업계 관계자들과 선후배들까지 무척 다양한 사람들이 물 밀 듯이 찾아왔다. 물론 마스터코스를 담당했던 쇼와 나츠키를 비롯한 후배들도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비파는 대기실 한 구석에 앉아서 다녀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태연하게 웃는 반려를 보았다. 여기서 그녀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마지막을 담담하게 기다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지켜봐주는 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비파는 한숨을 뱉었다.
  그때, 눈앞에 불쑥 레이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토부키씨?”
  “오랜만이야, 비비쨩. 얼굴이 반쪽이 됐네.”
  “그러는 코토부키씨야말로 복잡한 얼굴이네요.”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나가서 얘기할까?”
  “그러죠.”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고 레이지를 따라서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아이와 같은 유닛 그룹, QUARTET NIGHT에 속해있던 멤버인 쿠로사키 란마루였다. 레이지는 물론 란마루 역시 몇 년 전에 아이돌로서의 활동을 접고 각자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다. 다들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 중 유일하게 아이돌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던 아이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레이지는 두 말 할 것 없고, 란마루 역시 내색은 않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복잡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을 둘러보다가 자리에 없는 한 사람이 떠올라 물어보았다. 그러자 레이지가 카뮤는 아이의 상태를 조금 지켜보더니, 스케줄이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고 했다. 란마루는 카뮤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질색했다.
 
 “몇 개월 만에 봐도 여전히 밥 맛 없는 녀석이라니까.”
  “에이, 그래도 뮤쨩도 아이아이가 걱정이 돼서 여기까지 보러 온 거 아니겠어?”
  “걱정? 그 자식이?”
  “우와, 란란, 방금 무척 험악한 얼굴이었어. 야쿠자가 와서 형님 하고 인사할 것 같았다구!”

 

  인상을 잔뜩 찌푸린 란마루가 무섭다며 떠는 레이지를 시끄럽다는 말로 일축했다. 옆에서 훌쩍훌쩍 우는 그를 무시하고, 란마루가 비파에게 말했다.
 
 “어때.”
  “네?”
  “그, 아이 녀석 말이야.”
  “아, 잘 버티고 있어요. 어차피 찾아올 일이었다는 얘기만 했을 뿐이죠.”
  “여전히 냉정한 녀석이네.”
  “네, 겉으로만 그렇지만요.”

 

  란마루는 동의하듯 입꼬리를 한 번 비틀었다. 레이지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비비쨩이 잘 토닥여주고 있으니까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거 아닐까.”
  “전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데요.”
  “옆에 있어주고 있잖아. 그건 비비쨩 말고는 아무도 못하는 거야. 지금 아이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고.”
  “…….”
  “아이아이를 잘 부탁해.”
  “네.”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지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 조금 걱정을 덜은 모양이었다. 란마루 역시 아직 얼굴이 풀리진 않았지만, 힘내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레이지와 함께 관객석 쪽으로 향했다. 비파는 그들이 사라져간 복도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목이 메어오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무대가 모두 끝나고, 팬들의 환호와 울음소리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비파는 관객석의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아이가 들어간 무대를 계속 보았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계속 넘쳐흘러서 목을 치고 올라왔다. 눈물을 간신히 참아가며, 이제 다시는 무대 위에서 볼 수 없을 아이돌 미카제 아이의 모습을 되새겼다.
  대기실로 돌아가서 다시 인사를 나누는 아이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마저 나갔을 때서야 공간은 조용해졌다. 닫힌 문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아이.”
  “응.”
  “이제 집에 가요.”

 

  이 순간까지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위로의 말을 목에서 되뇌며, 비파는 다른 말을 꺼냈다. 양손으로 아이의 오른손을 잡고, 살짝 눈을 감았다.

 

  “비파.”
  “네.”
  “난 계속 노래할 거야.”
  “네.”
  “아이돌이 아니라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이어갈 거야.”
  “네.”

 

  대답 말고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버튼을 누르면 반복해서 나오는 음성 기계처럼 비슷한 말만 했다. 그저 오늘 이 무대에 남겨진 ‘아이돌 미카제 아이’라는 이름의 부케가 스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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